의식에 의한 상태붕괴
과학철학 8(1): 31-56, 과학철학회 2005
간추림
양자측정이론의 일반정리에 따르면, 측정대상의 속성이 애초부터 불확정적일 경우, 측정대상과 측정장치를 합한 전체 시스템의 속성도 측정과정을 통해 불확정적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 불확정성은 실제로 경험되지 않는 현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상태붕괴 과정을 도입하는 것이다. 상태붕괴를 야기하는 상호작용은 양자동역학 내에서 발견될 수 없기 때문에, 만일 상태붕괴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그것은 매우 특수한 과정에 의해 야기될 것이다. 이 글은 상태붕괴가 의식의 개입에 의해 발생한다는 제안을 비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우리는 지각적 차이가 외부 세계의 차이에 놓여 있지 않을 경우, 지각적 사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의식이 상태붕괴를 야기한다는 제안은, 인식론적 관점에서, 수용될 수 없다.
1. 들어가는 말
현대물리학과 현대과학기술에서 그 탁월한 역할과 위상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을 모호함 없이 정식화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과제이다. 양자역학의 해석에서 이론가들과 해석가들이 가장 크게 곤란을 느끼는 부분은 당연 측정에 관한 부분이다. 양자역학의 정식체계는 다음과 같은 측정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측정대상의 속성이 애초부터 불확정적일 경우, 측정대상과 측정장치를 합한 전체 시스템의 속성도 측정과정을 통해 불확정적이게 된다. 측정장치의 지침들의 한 눈금과 다른 눈금이 센티미터 단위로 떨어져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인간 의식이 이러한 거시적 불확정성을 실제로 지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은 이론가들이 양자측정의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대부분의 시도들은 상태붕괴state collapse라는 새로운 과정을 도입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물리량을 측정할 경우, 측정대상의 상태가 갑작스럽게 그 물리량의 한 고유상태로 오그라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상태붕괴의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상태붕괴가 측정장치와 측정대상 사이의 어떤 상호작용에 의해 야기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다만 그 상호작용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입장들이 다양하다. 이러한 의견 불일치는 상태붕괴를 야기하는 상호작용이 양자동역학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그 원인이 있다. 붕괴이론가들은 측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형적 양자동역학 이외의 특수한 추가적 동역학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서 측정이론의 문제는 양자동역학과 상태붕괴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문제로 심화된다.
상태붕괴 가설은 양자현상의 해석에서 다양한 혼동들을 야기했다. 이 글에서 나는 이 혼동들을 완화함으로써 양자해석에 작은 진보를 가져오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만일 상태붕괴가 발생한다면 어디에서 발생해야 하는지를 묻고자 한다. 이 물음에 답함으로써, 의식의 개입에 의해 상태붕괴가 발생한다는 입장을 비판할 것이다. 이 글의 논의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될 것이다. 먼저 다음 절에서 양자측정의 문제를 표준적 표기법으로 다소 장황하게 정식화한 후, 제3절에서는 상태붕괴 가설이 도입되는 과정을 기술할 것이다. 제4절에서 상태붕괴가 언제 어디서 발생하는지 의문을 제기한 후, 제5절에서는 인식론 또는 지각이론의 최근 논의를 참조하여 상태붕괴가 일어나는 지점에 대한 저자의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만일 지각적 차이가 필연적으로 외부 세계의 차이에 놓여 있어야 한다면, 의식이 상태붕괴를 초래한다는 제안은, 인식론적 관점에서, 수용될 수 없다.
장회익 교수는 양자역학에 대한 적절한 해석을 위해서는 통상적 실재성 개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중원 교수는 고전적 관념체계에 대한 양자이론의 우선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양자역학적 함축의 일반화를 통해 획득된 새로운 관념체계는 전통적 실재론 논제를 전면적으로 변혁시킨다. 그리하여 “대상실재에 대한 선험적 가정과 이러한 실재에 대한 이론언어(상태)의 표상가능성이라는 전통적 논제”는 배제되고, 대상의 실재성은 이제 “대상에 대해 인식주체가 획득한 정보 및 사물을 인식하는 동역학적 인식구조에 정합적인 방식으로” 주장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양자역학의 개념틀이 다른 신화적․신학적․형이상학적․고전물리학적 개념틀에 비해 인식론적으로 우선한다는 논제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으로부터 존재론적․인식론적 논제를 이끌어 내는 것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재성에 관한 우리의 관념은 양자역학의 진리성보다 우선할 때가 종종 있다. 저자의 연구는 오히려 존재론적․인식론적 탐구에서 출발하여 양자역학의 문제들에 접근하는 한 사례이기를 희망한다.
6. 나오는 말
측정이론의 일반정리에 따르면, 측정대상이 애초에 양자역학적 중첩상태에 있을 경우, 나중엔 측정장치까지도 중첩상태에 있게 되어, 대상과 장치 전체가 거시적으로 불확정적 상태에 빠지게 된다. 상태붕괴이론은 붕괴과정 또는 환원과정을 도입함으로써 이러한 거시적 불확정성을 해소하려 한다. 대상과 장치가 처음에는 선형적 양자동역학에 따라 상호작용하다가, 측정이 완수될 즈음에 환원동역학이 작동하여 대상과 장치가 확정적인 상태로 붕괴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 붕괴는 측정대상과 장치의 상호작용 단계에서 발생할 수도 있고, 장치와 인식주체의 상호작용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붕괴가 후자의 단계에서 발생한다는 근접붕괴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주체가 현상들의 다양성을 추적할 때 그가 지각하는 것은 공통 공간에서 객관적 위치를 지니는 원격자극이 아니라, 내적 의식이 대면하고 있다고 간주되는 신경기호들이다. 그리하여 측정결과들의 차이는 궁극적으로 주체 내부의 인식과정에서 발생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지각적 사고가 원격자극들의 차이를 감별할 것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면, 근접붕괴에 의해서 현상들이 명확해지는 그런 좁은 세계 속에서는 사고 자체가 출현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태생부터 통 속에서 배양되었던 두뇌가 사고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원격자극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다 하더라도 거시적으로 불확정적인 세계 속에서는, 주체들이 객관적 사물 개념을 지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만일 붕괴가 발생한다면 그 현상은 주체 외부에서 발생해야 한다.
의식에 의한 상태붕괴
과학철학 8(1): 31-56, 과학철학회 2005
간추림
양자측정이론의 일반정리에 따르면, 측정대상의 속성이 애초부터 불확정적일 경우, 측정대상과 측정장치를 합한 전체 시스템의 속성도 측정과정을 통해 불확정적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 불확정성은 실제로 경험되지 않는 현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상태붕괴 과정을 도입하는 것이다. 상태붕괴를 야기하는 상호작용은 양자동역학 내에서 발견될 수 없기 때문에, 만일 상태붕괴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그것은 매우 특수한 과정에 의해 야기될 것이다. 이 글은 상태붕괴가 의식의 개입에 의해 발생한다는 제안을 비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우리는 지각적 차이가 외부 세계의 차이에 놓여 있지 않을 경우, 지각적 사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의식이 상태붕괴를 야기한다는 제안은, 인식론적 관점에서, 수용될 수 없다.
1. 들어가는 말
현대물리학과 현대과학기술에서 그 탁월한 역할과 위상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을 모호함 없이 정식화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과제이다. 양자역학의 해석에서 이론가들과 해석가들이 가장 크게 곤란을 느끼는 부분은 당연 측정에 관한 부분이다. 양자역학의 정식체계는 다음과 같은 측정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측정대상의 속성이 애초부터 불확정적일 경우, 측정대상과 측정장치를 합한 전체 시스템의 속성도 측정과정을 통해 불확정적이게 된다. 측정장치의 지침들의 한 눈금과 다른 눈금이 센티미터 단위로 떨어져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인간 의식이 이러한 거시적 불확정성을 실제로 지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은 이론가들이 양자측정의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대부분의 시도들은 상태붕괴state collapse라는 새로운 과정을 도입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물리량을 측정할 경우, 측정대상의 상태가 갑작스럽게 그 물리량의 한 고유상태로 오그라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상태붕괴의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상태붕괴가 측정장치와 측정대상 사이의 어떤 상호작용에 의해 야기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다만 그 상호작용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입장들이 다양하다. 이러한 의견 불일치는 상태붕괴를 야기하는 상호작용이 양자동역학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그 원인이 있다. 붕괴이론가들은 측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형적 양자동역학 이외의 특수한 추가적 동역학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서 측정이론의 문제는 양자동역학과 상태붕괴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문제로 심화된다.
상태붕괴 가설은 양자현상의 해석에서 다양한 혼동들을 야기했다. 이 글에서 나는 이 혼동들을 완화함으로써 양자해석에 작은 진보를 가져오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만일 상태붕괴가 발생한다면 어디에서 발생해야 하는지를 묻고자 한다. 이 물음에 답함으로써, 의식의 개입에 의해 상태붕괴가 발생한다는 입장을 비판할 것이다. 이 글의 논의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될 것이다. 먼저 다음 절에서 양자측정의 문제를 표준적 표기법으로 다소 장황하게 정식화한 후, 제3절에서는 상태붕괴 가설이 도입되는 과정을 기술할 것이다. 제4절에서 상태붕괴가 언제 어디서 발생하는지 의문을 제기한 후, 제5절에서는 인식론 또는 지각이론의 최근 논의를 참조하여 상태붕괴가 일어나는 지점에 대한 저자의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만일 지각적 차이가 필연적으로 외부 세계의 차이에 놓여 있어야 한다면, 의식이 상태붕괴를 초래한다는 제안은, 인식론적 관점에서, 수용될 수 없다.
장회익 교수는 양자역학에 대한 적절한 해석을 위해서는 통상적 실재성 개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중원 교수는 고전적 관념체계에 대한 양자이론의 우선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양자역학적 함축의 일반화를 통해 획득된 새로운 관념체계는 전통적 실재론 논제를 전면적으로 변혁시킨다. 그리하여 “대상실재에 대한 선험적 가정과 이러한 실재에 대한 이론언어(상태)의 표상가능성이라는 전통적 논제”는 배제되고, 대상의 실재성은 이제 “대상에 대해 인식주체가 획득한 정보 및 사물을 인식하는 동역학적 인식구조에 정합적인 방식으로” 주장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양자역학의 개념틀이 다른 신화적․신학적․형이상학적․고전물리학적 개념틀에 비해 인식론적으로 우선한다는 논제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으로부터 존재론적․인식론적 논제를 이끌어 내는 것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재성에 관한 우리의 관념은 양자역학의 진리성보다 우선할 때가 종종 있다. 저자의 연구는 오히려 존재론적․인식론적 탐구에서 출발하여 양자역학의 문제들에 접근하는 한 사례이기를 희망한다.
6. 나오는 말
측정이론의 일반정리에 따르면, 측정대상이 애초에 양자역학적 중첩상태에 있을 경우, 나중엔 측정장치까지도 중첩상태에 있게 되어, 대상과 장치 전체가 거시적으로 불확정적 상태에 빠지게 된다. 상태붕괴이론은 붕괴과정 또는 환원과정을 도입함으로써 이러한 거시적 불확정성을 해소하려 한다. 대상과 장치가 처음에는 선형적 양자동역학에 따라 상호작용하다가, 측정이 완수될 즈음에 환원동역학이 작동하여 대상과 장치가 확정적인 상태로 붕괴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 붕괴는 측정대상과 장치의 상호작용 단계에서 발생할 수도 있고, 장치와 인식주체의 상호작용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붕괴가 후자의 단계에서 발생한다는 근접붕괴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주체가 현상들의 다양성을 추적할 때 그가 지각하는 것은 공통 공간에서 객관적 위치를 지니는 원격자극이 아니라, 내적 의식이 대면하고 있다고 간주되는 신경기호들이다. 그리하여 측정결과들의 차이는 궁극적으로 주체 내부의 인식과정에서 발생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지각적 사고가 원격자극들의 차이를 감별할 것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면, 근접붕괴에 의해서 현상들이 명확해지는 그런 좁은 세계 속에서는 사고 자체가 출현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태생부터 통 속에서 배양되었던 두뇌가 사고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원격자극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다 하더라도 거시적으로 불확정적인 세계 속에서는, 주체들이 객관적 사물 개념을 지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만일 붕괴가 발생한다면 그 현상은 주체 외부에서 발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