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철학김명석 2006, 드 브로이-보옴의 해석: 상식을 구하라

드 브로이-보옴의 해석: 상식을 구하라

과학철학회 2006년 학술발표대회




1. 현상

슈테른-게를라흐의 실험에 따르면 원자의 내부 각운동량을 측정할 경우 임의의 실수 값이 아니라 특정 실수 값만을 얻게 된다. 측정된 물리량은 일반적으로 임의의 연속적인 값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불연속적인 값을 취한다. 이것은 양자현상들 중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다. 물론 이 현상 역시 아무 이유 없이 이 우주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물질의 안정성과 본질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만일 원자핵에 구속된 전자가 연속적인 에너지 값을 가진다면 고전 전자역학이 예측하는 대로 에너지를 조금씩 잃어 원자핵으로 붕괴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만일 전자가 불연속적인 에너지 값을 가진다면, 에너지를 잃기 위해서는 모종의 에너지 도약이 있어야 한다. (이 도약을 양자도약이라 한다.)

그러나 이 양자현상은 우리의 상식적 그림을 전복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입자의 위치도 불연속적 값을 가지게 된다면, 시공간적 지속이라는 입자의 동일성은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될 것이다. 전자는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연속적 궤적 없이 순식간에 껑충 뛰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토노무라는 두 개의 작은 틈이 있는 막에 전자를 하나씩 쏘아 막 뒤에 어떤 흔적이 남는지 실험했다. 그는 총 7만 개의 전자를 쏘았는데 선명한 간섭무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전자를 하나씩 쏘았다는 것이며, 발사 간격은 실험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우리는 그 간격을 하루를 잡아도 되고 일 년을 잡아도 된다. 한 전자는 그 이전의 전자가 또는 그 이후의 전자가 막 뒤 어디에 흔적을 남겼는지 (어떤 위치 측정값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아무런 신호도 전달되지 않았고 전달될 수도 없다. 전자 하나가 두 틈 사이로 동시에 들어가지 않고서 어떻게 이러한 간섭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전자는 스스로 자기 자신과 간섭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더욱 당혹하게 하는 것은 이 자기간섭 현상이 전자에게서만 발생하는 특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자 대신 구슬이나 당구공의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9. 나오는 말

드 브로이와 보옴의 인과적 해석은 양자 운동방정식과 고전 운동방정식 모두를 일반화된 해밀턴-자코비 방정식들 중 하나로 간주한다. 그리하여 인과적 해석은 시공간상에서 연속적인 궤적을 그리며 운동하는 사물 개념을 유지하게 해준다. 이것은 양자역학적 세계 기술이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세계 그림을 완전히 전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더 이상 측정 이전에 개별적 사물의 상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고전적 세계 기술을 크게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한편 내부 퍼텐셜의 일종인 양자 퍼텐셜은  루트(r)의 함수이다. 이것은 r이 해밀턴 주함수 S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말해 확률밀도는 입자의 궤적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하여 한 입자가 어떤 앙상블의 일원인가 하는 문제(앙상블의 분포)는 그 입자의 궤적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고전적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는 공무원들의 앙상블의 한 일원이기도 하고, 서울시민들의 일원이기도 하다. 내가 세계로부터 받는 힘이 동일하다면 공무원으로서 나와 서울시민으로 내가 물리적으로 다르게 거동할 리 없다.

이제 우리는 한 개별적 사물을 구성하는 것이 단순히 점 입자만이 아니라 매우 특이한 유형의 마당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마당은 마당  S와 마당  r이 서로 얽혀 있는 것이다. 한 마당은 다른 마당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두 마당의 복합을 우리는 흔히 파동함수라 부른다. 그러나 마당  S와 마당  r이 세계의 무엇을 기술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소한 우리는 두 가지 새로운 개념을 고전적 세계관에 추가해야 한다. 하나는 한 사물의 속성을 다른 사물의 속성으로부터 분리하거나 후자와 무관하게 규정할 수 없다는 비국소적 상황성이다. 다른 하나는 사물의 공간적 점유에 대한 관념이다. 나는 특히 후자를 명쾌하게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아직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마당  S와 마당  r을 이해하는 이 모든 어려움들은 외부적 사물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포기하게 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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