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김명석 2008, 세계의 여성적 재구성

세계의 여성적 재구성 

 여성철학회+과학철학회 2008년 겨울 학술발표회




들어가는 말

수전 학은 “여성주의 과학철학”이 “공화당 과학철학”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주장했다. 주류 과학철학자들도 여성주의 과학철학이 불가능한 주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 글에서 여성주의 과학철학이 가능한 연구 주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여성주의에 대한 공부가 얕아서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수 없는 발표자의 무능력을 너그럽게 이해해주기 바란다.

내가 이해하는 과학철학은 인식론의 한 부분이거나 인식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주제이다. 과학철학은 과학에 대한 철학적 탐구인데 과학이란 다름 아니라 지식들의 체계이다. 과학철학은 한편에서 현행 과학의 성격을 탐구하고 다른 한편 궁극적 과학의 기준에 대해 성찰한다. 후자는 바로 인식론의 핵심 주제이다.

과학철학이 탐구하는 주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과학적 지식은 어떻게 획득되는가? 이것은 소위 과학적 방법론에 관련된 주제이다. 과학적 지식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또는 한 믿음은 언제 지식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 이것은 과학과 비과학의 구별에 관한 주제이다. 과학은 얼마나 신뢰할 만한가? 과학에서 언급된 사물들은 실재하는가? 이것은 과학의 객관성에 관한 주제이다. 과학은 세계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가? 이것은 과학적 세계관 내지 과학적 세계 구성에 관련된 주제이다.

여성주의 과학철학은 과학적 방법, 과학과 비과학의 구별, 과학의 객관성, 과학적 세계관 등에 대한 비주류 접근 방식이다. 그리고 주류 이론의 억압적 사용에 대한 정치적 반동이다. 여성주의 과학철학의 반대자들은 제각기 다른 조망을 가지고 과학철학을 보고 있으며 그 조망에 비추어 여성주의와 과학철학이 잘못된 만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발표문의 대부분은 자연주의 인식론/과학철학 내에서 여성주의 과학철학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데 할애할 것이다. 자연주의 과학철학자들은 이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일 것이지만 반자연주의자들은 그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일 것이다. 말미에는 합리주의 인식론 전통 내에서 출현한 새로운 인식론을 소개하고 그 관점에서 여성주의 인식론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것이다.


나오는 말

과학이 단순히 환경에 대한 적응의 산물이라면 환경에 보다 더 잘 적응한 개체의 표현이 더 과학적일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 진리에 대한 추구의 산물이라면 타자를 더 잘 해석할 수 있는 개체의 표현이 더 과학적일 것이다. 양자중력이론을 완성하고 DNA와 줄기세포의 메커니즘을 완전히 규명하고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을 제작하는 것만이 과학의 완성은 아니다. 과학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합적 이해여야 한다. 인간을 단순히 쿼크와 렙톤과 게이지의 복합물로, 인간 행동을 중력과 전자기력과 핵력들의 벡터 합으로, 인간 운명을 무한히 반복되는 빅뱅과 빅크런치의 해프닝으로 기술하는 것이 과학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최종 결론이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버전의 인문‘과학’을 위한 방법, 새로운 버전의 사회과학을 위한 방법, 새로운 버전의 자연과학을 위한 방법, 그리고 통합적 과학을 위한 방법은 주류 과학자가 사용하는 그런 방법에서만 반드시 찾을 필요가 없다. 여성주의 과학철학은 과학의 대안적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보다 완전한 과학은 아마도 여성적 방법에 의해 성취될지 모른다. 그녀들이 묘사하는 세계 그림이 남자들이 그려 놓은 현재의 남성적 그림보다 더 객관적이고 더 조화롭고 더 아름답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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