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얽힘
1981년 아스페는 그랑지에, 로제, 달리바르와 함께 벨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를 마침내 얻었다. 그들은 말하기를 “우리가 얻은 결과는 양자역학 이론을 써서 예측한 값과 거의 일치했다. 이것은 국소성에 바탕을 둔 모든 이론을 반증하는 강력한 증거다.” 또 “이제는 옛날 자연관을 버리고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자연관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실체든 속성이든 측정 과정이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상황성과 비국소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방사능 원자는 아주 불안전한 원자핵을 가져 거기서 알파 입자가 튀어나오곤 한다. 알파 입자는 양성자 둘과 중성자 둘 이뤄져 있으며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몸 안에 알파 입자가 들어가면 세포를 부수고 유전자를 바꿀 수 있다. 방사능 원자에서 알파 입자가 튀어나올 때 그 원자는 ‘붕괴 상태’에 있다. 알파 입자가 튀어나오지 않고 안정될 때 그 원자는 ‘안정 상태’에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방사능 원자는 붕괴 상태와 안정 상태가 포개질 수 있다. ‘포갠 상태’ 또는 ‘중첩 상태’란 두 개의 상태가 포개진 상태를 말한다. 한 친구가 ‘도’ 소리를 내고 다른 친구가 ‘미’ 소리를 내면 두 소리는 화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된다. 이 소리는 ‘도’ 소리와 ‘미’ 소리가 포개진 소리다. 붕괴와 안정의 포갠 상태에 있는 방사능 원자를 측정하면 우리는 붕괴 상태를 보든지 안정 상태를 본다. 슈뢰딩거는 이 현상이 매우 야릇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보여주는 생각실험을 고안했는데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이다. 붕괴와 안정이 포개진 방사능 원자와 함께 고양이 한 마리를 상자에 넣었다. 이 상자 안에 장치 하나와 독극물 병도 함께 넣었다. 이 장치는 방사능 원자에서 알파 입자가 튀어나오면 독극물 병을 깨뜨리고 그렇지 않으면 깨뜨리지 않는다. 이 상자를 열지 않고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수 없다.
고양이와 함께 넣은 방사능 원자는 붕괴와 안정이 포개져 있다. ‘도’와 ‘미’가 포개진 소리 안에는 ‘도’ 소리와 ‘미’ 소리가 함께 담겨 있다. 방사능 원자가 붕괴 상태와 안정 상태가 포개져 있다면 시간이 흘러도 그 부분 상태들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방사능 원자의 붕괴는 독극물 병을 깨고 고양이를 죽게 한다. 방사능 원자의 안정은 독극물 병을 그대로 두고 고양이를 살려둔다. 따라서 만일 방사능 원자의 붕괴 상태와 안정 상태가 포개져 있다면 시간이 흐른 뒤 고양이도 죽음과 삶이 포개질 것이다. 붕괴 상태와 안정 상태가 포개진 방사능 원자가 정말로 있다면 죽음과 삶이 중첩된 고양이도 정말로 있어야 한다. 이것이 슈뢰딩거가 보여주고자 했던 포갠 상태의 야릇함이다. 우리가 호수에 두 개의 큰 물결을 만들면 두 물결이 포개진다. 우리가 방 바깥에서 큰 소리를 내면 그 소리는 앞문으로 들어가고 또한 뒷문으로 들어가 둘이 서로 포개질 수 있다. 물결이 매우 크든 작든 포갬 현상은 일어난다. 앞문과 뒷문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소리는 두 문으로 빠져나가 소리가 울릴 수 있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측정되기 전에 고양이가 파동이라면 고양이의 삶과 죽음은 포개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고양이가 파동일 수 있는가? 아인슈타인은 고양이가 살았거나 죽었지 이 둘이 포개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방사능 원자의 붕괴와 안정이 포개질 수 있다면 고양이의 삶과 죽음도 포개질 수 있다. 다시 말해 고양이의 삶과 죽음이 포개질 수 없다면 방사능 원자의 붕괴와 안정도 포개질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결국 방사능 원자의 붕괴와 안정도 포개질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슈뢰딩거도 이 생각이 옳다고 생각했다.

슈뢰딩거는 이 실험으로 "죽어있는 고양이와 살아있는 고양이가 중첩되어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보기)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이 나온 것은 1935년이다. 이 생각실험은 아인슈타인이 보리스 포돌스키 및 네이선 로젠과 함께 쓴 1935년 논문에서 비롯되었다. 이 논문을 “아포로 논문”이라 한다. 슈뢰딩거는 이 논문에 찬사를 보냈는데 이 찬사에 답하는 편지에서 아인슈타인은 비슷한 생각실험을 쓴 적이 있다. 그는 고양이 대신에 폭탄을 보기로 들었다. 공산주의 운동으로 미국에서 재판받던 데이비드 봄은 1951년 자신의 <양자이론>에서 아포로 논문에 담긴 생각실험을 실제로 실험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아포로 논문에는 두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갖고 생각실험을 펼쳐나갔다. 봄은 위치와 운동량 대신에 입자의 스핀을 갖고 같은 생각실험을 펼쳤다. 이 생각실험을 “아포로봄 생각실험”이라 하겠다. 전자는 각 방향에 두 가지 스핀 값을 갖는다. 한 값을 “위”라 하고 다른 값을 “아래”라 하자. 전자 두 개가 얽혀 마치 하나의 입자처럼 움직일 때가 있다. 이를 “양자 얽힘”이라 한다. 얽힘은 포갬과 다르다. 얽힘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니 두 전자가 얽혀 있을 때 일어나는 일만 말해두겠다. 전자 둘은 여러 가지로 얽힐 수 있는데 아포로봄 생각실험에 쓰이는 얽힘은 두 전자가 단일상태를 이루는 얽힘이다. 단일상태란 한 전자의 스핀 값이 위면 다른 전자의 스핀 값은 아래가 되는 얽힌 상태다. 단일상태에 있는 두 전자를 아주 멀리 떨어뜨린 다음 각 전자의 스핀 값을 잰다고 해보자. 한 값이 위라면 다른 값은 재보지 않아도 아래가 되겠다. 양자 얽힘은 마치 둘 사이에 신호 전달 없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응용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만들어내려고 오늘날 많은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애쓰고 있다.
두 전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서로 얽힐 수 있을까? 코펜하겐 해석은 두 전자의 스핀 값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이 해석에 따르면 전자의 스핀 값은 측정장치가 스핀을 측정할 때 비로소 생긴다. 입자의 물리량이 한 값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가 특정 값으로 내려앉는 일을 “상태 오그라듦” 또는 “상태 무너짐”이라 한다. 단일상태에 있는 두 전자의 경우 한 전자의 스핀이 위로 측정되면 곧장 다른 전자의 스핀이 아래로 무너지고 한 전자의 스핀이 아래로 측정되면 곧장 다른 전자의 스핀이 위로 무너진다. 두 전자의 이런 얽힘을 설명하는 한 가지 길은 두 전자가 빛보다 빨리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성이론을 내팽개치는 설명이다. 신호가 전달되려면 반드시 시간이 걸린다. 신호가 전달되는 속력은 아무리 빨라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 상태 무너짐이 시간이 걸리지 않는 일이라면 이것은 두 전자 사이에 신호 전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다른 설명은 두 전자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연결을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 설명은 봄의 존재론 해석에 바탕을 둔 설명이다. 봄이 1952년 논문에서 처음에 붙인 이름이 “숨은 변수 이론”이니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일단 우리도 그렇게 부르도록 하겠다. 숨은 변수 이론은 상태 무너짐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태가 얽혀 있는 고양이 두마리를 각각 상자에 넣어 우주 양끝에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한쪽 고양이가 살았으면 다른 쪽 고양이는 항상 죽는 결과를 보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 Ted 동영상 보기)
존 스튜어트 벨은 봄의 1952년 논문을 읽은 뒤 양자 현상을 더 또렷하게 이해할 길을 찾아 나섰다. 그는 1964년 숨은 변수를 가정하는 이론이 갖춰야 할 조건을 드러내려 했다. 그는 1966년 논문에서 다른 조건을 더 찾아냈다. 한 조건은 ‘비국소성’이고 다른 조건은 ‘상황성’이다. 상황성은 물질의 속성이 다른 속성들의 상황에 의존한다는 가정이다. 상황성이 성립한다면 물리량 A를 물리량 B와 함께 재었을 때의 값은 물리량 C와 함께 재었을 때의 값과 다를 수 있다. 한 전자의 스핀 값은 다른 전자의 스핀 값에 의존할 수 있다. 한 전자의 속성은 다른 전자의 속성과 연동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두 전자가 매우 멀리 떨어져 있을 때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사물의 속성이 멀리 떨어진 다른 사물의 속성에 의존한다는 가정을 “비국소성” 또는 “분리불가능성”이라 한다. 입자 a의 물리량 A를 입자 b의 물리량 B와 함께 재었을 때의 값은 입자 b의 물리량 C와 함께 재었을 때의 값과 다를 수 있다. 존 벨은 분리가능성을 가정하거나 비상황성을 가정하는 숨은 변수 이론은 양자 현상을 설명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벨은 실험 기술이 더 발전하여 양자 현상을 더 잘 관측할 수 있을 때 얻게 될 실험 결과를 미리 셈해 두었다. 1981년 알랭 아스페는 필리프 그랑지에, 제로르 로제, 장 달리바르와 함께 벨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를 마침내 얻었다. 그들은 말하기를 “우리가 얻은 결과는 양자역학 이론을 써서 예측한 값과 거의 일치했다. 이것은 국소성에 바탕을 둔 모든 이론을 반증하는 강력한 증거다.” 이 비슷한 실험들이 줄곧 이어졌다. 양자 얽힘을 확연히 드러내려고 두 입자를 더 멀게 떨어뜨렸다. 1998년 제네바대학의 연구팀은 11킬로미터까지 띄웠고 2009년 연구에서는 144킬로미터까지 띄웠다. 얽힘 현상이 나타나는 데 걸린 시간은 빛보다 2만 배 더 빨랐다. 아스페는 “이제는 옛날 자연관을 버리고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자연관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실체든 속성이든 측정 과정이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상황성과 비국소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클라라 20190826
157. 얽힘
방사능 원자는 아주 불안전한 원자핵을 가져 거기서 알파 입자가 튀어나오곤 한다. 알파 입자는 양성자 둘과 중성자 둘 이뤄져 있으며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몸 안에 알파 입자가 들어가면 세포를 부수고 유전자를 바꿀 수 있다. 방사능 원자에서 알파 입자가 튀어나올 때 그 원자는 ‘붕괴 상태’에 있다. 알파 입자가 튀어나오지 않고 안정될 때 그 원자는 ‘안정 상태’에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방사능 원자는 붕괴 상태와 안정 상태가 포개질 수 있다. ‘포갠 상태’ 또는 ‘중첩 상태’란 두 개의 상태가 포개진 상태를 말한다. 한 친구가 ‘도’ 소리를 내고 다른 친구가 ‘미’ 소리를 내면 두 소리는 화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된다. 이 소리는 ‘도’ 소리와 ‘미’ 소리가 포개진 소리다. 붕괴와 안정의 포갠 상태에 있는 방사능 원자를 측정하면 우리는 붕괴 상태를 보든지 안정 상태를 본다. 슈뢰딩거는 이 현상이 매우 야릇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보여주는 생각실험을 고안했는데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이다. 붕괴와 안정이 포개진 방사능 원자와 함께 고양이 한 마리를 상자에 넣었다. 이 상자 안에 장치 하나와 독극물 병도 함께 넣었다. 이 장치는 방사능 원자에서 알파 입자가 튀어나오면 독극물 병을 깨뜨리고 그렇지 않으면 깨뜨리지 않는다. 이 상자를 열지 않고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수 없다.
고양이와 함께 넣은 방사능 원자는 붕괴와 안정이 포개져 있다. ‘도’와 ‘미’가 포개진 소리 안에는 ‘도’ 소리와 ‘미’ 소리가 함께 담겨 있다. 방사능 원자가 붕괴 상태와 안정 상태가 포개져 있다면 시간이 흘러도 그 부분 상태들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방사능 원자의 붕괴는 독극물 병을 깨고 고양이를 죽게 한다. 방사능 원자의 안정은 독극물 병을 그대로 두고 고양이를 살려둔다. 따라서 만일 방사능 원자의 붕괴 상태와 안정 상태가 포개져 있다면 시간이 흐른 뒤 고양이도 죽음과 삶이 포개질 것이다. 붕괴 상태와 안정 상태가 포개진 방사능 원자가 정말로 있다면 죽음과 삶이 중첩된 고양이도 정말로 있어야 한다. 이것이 슈뢰딩거가 보여주고자 했던 포갠 상태의 야릇함이다. 우리가 호수에 두 개의 큰 물결을 만들면 두 물결이 포개진다. 우리가 방 바깥에서 큰 소리를 내면 그 소리는 앞문으로 들어가고 또한 뒷문으로 들어가 둘이 서로 포개질 수 있다. 물결이 매우 크든 작든 포갬 현상은 일어난다. 앞문과 뒷문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소리는 두 문으로 빠져나가 소리가 울릴 수 있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측정되기 전에 고양이가 파동이라면 고양이의 삶과 죽음은 포개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고양이가 파동일 수 있는가? 아인슈타인은 고양이가 살았거나 죽었지 이 둘이 포개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방사능 원자의 붕괴와 안정이 포개질 수 있다면 고양이의 삶과 죽음도 포개질 수 있다. 다시 말해 고양이의 삶과 죽음이 포개질 수 없다면 방사능 원자의 붕괴와 안정도 포개질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결국 방사능 원자의 붕괴와 안정도 포개질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슈뢰딩거도 이 생각이 옳다고 생각했다.
슈뢰딩거는 이 실험으로 "죽어있는 고양이와 살아있는 고양이가 중첩되어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보기)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이 나온 것은 1935년이다. 이 생각실험은 아인슈타인이 보리스 포돌스키 및 네이선 로젠과 함께 쓴 1935년 논문에서 비롯되었다. 이 논문을 “아포로 논문”이라 한다. 슈뢰딩거는 이 논문에 찬사를 보냈는데 이 찬사에 답하는 편지에서 아인슈타인은 비슷한 생각실험을 쓴 적이 있다. 그는 고양이 대신에 폭탄을 보기로 들었다. 공산주의 운동으로 미국에서 재판받던 데이비드 봄은 1951년 자신의 <양자이론>에서 아포로 논문에 담긴 생각실험을 실제로 실험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아포로 논문에는 두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갖고 생각실험을 펼쳐나갔다. 봄은 위치와 운동량 대신에 입자의 스핀을 갖고 같은 생각실험을 펼쳤다. 이 생각실험을 “아포로봄 생각실험”이라 하겠다. 전자는 각 방향에 두 가지 스핀 값을 갖는다. 한 값을 “위”라 하고 다른 값을 “아래”라 하자. 전자 두 개가 얽혀 마치 하나의 입자처럼 움직일 때가 있다. 이를 “양자 얽힘”이라 한다. 얽힘은 포갬과 다르다. 얽힘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니 두 전자가 얽혀 있을 때 일어나는 일만 말해두겠다. 전자 둘은 여러 가지로 얽힐 수 있는데 아포로봄 생각실험에 쓰이는 얽힘은 두 전자가 단일상태를 이루는 얽힘이다. 단일상태란 한 전자의 스핀 값이 위면 다른 전자의 스핀 값은 아래가 되는 얽힌 상태다. 단일상태에 있는 두 전자를 아주 멀리 떨어뜨린 다음 각 전자의 스핀 값을 잰다고 해보자. 한 값이 위라면 다른 값은 재보지 않아도 아래가 되겠다. 양자 얽힘은 마치 둘 사이에 신호 전달 없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응용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만들어내려고 오늘날 많은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애쓰고 있다.
두 전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서로 얽힐 수 있을까? 코펜하겐 해석은 두 전자의 스핀 값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이 해석에 따르면 전자의 스핀 값은 측정장치가 스핀을 측정할 때 비로소 생긴다. 입자의 물리량이 한 값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가 특정 값으로 내려앉는 일을 “상태 오그라듦” 또는 “상태 무너짐”이라 한다. 단일상태에 있는 두 전자의 경우 한 전자의 스핀이 위로 측정되면 곧장 다른 전자의 스핀이 아래로 무너지고 한 전자의 스핀이 아래로 측정되면 곧장 다른 전자의 스핀이 위로 무너진다. 두 전자의 이런 얽힘을 설명하는 한 가지 길은 두 전자가 빛보다 빨리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성이론을 내팽개치는 설명이다. 신호가 전달되려면 반드시 시간이 걸린다. 신호가 전달되는 속력은 아무리 빨라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 상태 무너짐이 시간이 걸리지 않는 일이라면 이것은 두 전자 사이에 신호 전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다른 설명은 두 전자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연결을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 설명은 봄의 존재론 해석에 바탕을 둔 설명이다. 봄이 1952년 논문에서 처음에 붙인 이름이 “숨은 변수 이론”이니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일단 우리도 그렇게 부르도록 하겠다. 숨은 변수 이론은 상태 무너짐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태가 얽혀 있는 고양이 두마리를 각각 상자에 넣어 우주 양끝에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한쪽 고양이가 살았으면 다른 쪽 고양이는 항상 죽는 결과를 보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 Ted 동영상 보기)
존 스튜어트 벨은 봄의 1952년 논문을 읽은 뒤 양자 현상을 더 또렷하게 이해할 길을 찾아 나섰다. 그는 1964년 숨은 변수를 가정하는 이론이 갖춰야 할 조건을 드러내려 했다. 그는 1966년 논문에서 다른 조건을 더 찾아냈다. 한 조건은 ‘비국소성’이고 다른 조건은 ‘상황성’이다. 상황성은 물질의 속성이 다른 속성들의 상황에 의존한다는 가정이다. 상황성이 성립한다면 물리량 A를 물리량 B와 함께 재었을 때의 값은 물리량 C와 함께 재었을 때의 값과 다를 수 있다. 한 전자의 스핀 값은 다른 전자의 스핀 값에 의존할 수 있다. 한 전자의 속성은 다른 전자의 속성과 연동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두 전자가 매우 멀리 떨어져 있을 때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사물의 속성이 멀리 떨어진 다른 사물의 속성에 의존한다는 가정을 “비국소성” 또는 “분리불가능성”이라 한다. 입자 a의 물리량 A를 입자 b의 물리량 B와 함께 재었을 때의 값은 입자 b의 물리량 C와 함께 재었을 때의 값과 다를 수 있다. 존 벨은 분리가능성을 가정하거나 비상황성을 가정하는 숨은 변수 이론은 양자 현상을 설명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벨은 실험 기술이 더 발전하여 양자 현상을 더 잘 관측할 수 있을 때 얻게 될 실험 결과를 미리 셈해 두었다. 1981년 알랭 아스페는 필리프 그랑지에, 제로르 로제, 장 달리바르와 함께 벨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를 마침내 얻었다. 그들은 말하기를 “우리가 얻은 결과는 양자역학 이론을 써서 예측한 값과 거의 일치했다. 이것은 국소성에 바탕을 둔 모든 이론을 반증하는 강력한 증거다.” 이 비슷한 실험들이 줄곧 이어졌다. 양자 얽힘을 확연히 드러내려고 두 입자를 더 멀게 떨어뜨렸다. 1998년 제네바대학의 연구팀은 11킬로미터까지 띄웠고 2009년 연구에서는 144킬로미터까지 띄웠다. 얽힘 현상이 나타나는 데 걸린 시간은 빛보다 2만 배 더 빨랐다. 아스페는 “이제는 옛날 자연관을 버리고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자연관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실체든 속성이든 측정 과정이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상황성과 비국소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클라라 20190826